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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J와 다른 학교의 다른 점 중 하나는 토요일에도 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주말이 훨씬 더 짧게 느껴진다. 오늘도 별로 특별한 일 없이 아침을 먹으러 간 다음 돌아와 내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며 8시 40분이 되기를 기다렸다. 내 주니어 기숙사에는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침을 보내는 3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그 뒤에 남은 시간을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애들이다, 둘째는 아침 일찍 일어나긴 하지만 나처럼 다시 돌아와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쉬는 애들이다. 샛째는 바로 그냥 늦게 일어나는 애들이다. 다른 애들은 7시에 일어날 때 이 애들은 7시 40분에 일어난다. 하지만 내 중국인 친구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 걔는 6시 30분에 일어나 7시 40분까지 아이패드로 게임을 계속하는데 어떻게 눈이 안 아픈지 모르겠다. 토요일은 수업이 3개밖에 없는데, 폼 3는 모든 3 과목이 언어다, 프랑스어/말레이어/중국어/영어 중에 3개가 있다.  어쨌든 첫 번째 수업은 중국어로, 그나마 지루하지 않은 수업 중 하나다. 중국어 수업이 좋은 이유는 내가 아는 형들이 2명이 있기 때문인데, 지원이 형과 두겸이 형이다. 두겸이 형은 말이 많거나 외향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침착하고 재밌어서 좋다. 지원이 형은 두겸이 형과 베프인데, 성격은 정 반대다. 지원이 형은 항상 말이 많고 굉장히 외향적이다, 이 형은 나랑 같은 반인데, 이 형 덕분에 항상 웃음을 유지할 수 있다. 

 

영어 수업은 내가 좀 신경을 쓰는 과목인데, 말레이시아의 수능같은 IGCSE에서 영어 시험을 잘 봐야 나중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쉽게 대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영어 수업시간에는 딴짓을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하지만 오늘은 선생님이 오지 않아서 우리가 읽던 책에 대한 에세이를 써야 했다. 내가 원래 있던 학교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어서 항상 영어로 말을 해서 그런지 영어를 더 잘했는데, 한국인이 많은 이 학교로 오니까 영어 실력이 줄은 것 같다. 영어 수업이 끝나면 쉬는 시간이다, 원래 같았으면 30분 쉬는 시간 후에 원래 어셈블리(집회)가 있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에선지 어셈블리가 취소돼서 우린 1시간 동안 쉬었다. 마지막 수업은 말레이 수업이었는데, 오늘 선생님이 저번주에 우리가 봤던 시험 점수를 알려주셨다. 물론 난 말레이어를 못한다. 하지만 보고 찍는 건 잘해서 시험 60점 중에 28.5점을 맞았다(나름 선빵 친 거), 그리고 다른 시험 점수나 태도 점수를 합산해 보니 B를 받았다. 

 

학교가 끝나고 누나가 어제 사다준 햄버거를 먹고, 2시에 영어 과외가 있었다. 사실 내가 저번에 내 옛날 학교 선생님께 혹시 과외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다행히 선생님이 주말에 시간이 있어서 오늘 2시간 동안 배우기로 했다. 오늘 배운건 별거 없었고, 진짜 시험에서 나오는 문제들 몇 개 풀어보고 이제 어떤 걸 공부할 건지 정했다. 

 

과외가 끝나니 4시가 되어있었다. KTJ에는 기숙사가 총 8개 있는데, 남자 기숙사 4개, 여자 기숙사 3개, 주니어 기숙사 1개가 있다. 모든 학생은 각자 하우스가 배정되있는데, 그 하우스가 바로 우리가 들어갈 기숙사다. 예를 들면, 나는 지금 Naquiah에 살고 있지만 진짜 하우스는 Naqqudin이고, 다음 연도에는 나큐딘에서 살 거다. 우리는 보통 나큐딘을 줄여서 나큐라고 부른다. 그래서 어제 나큐 애들은 다음 주 목요일에 있는 하우스 cross country 연습을 하기 위해 학교 전체를 2바퀴를 돌았다 (약 3km), 하지만 나는 어제 과외가 있었기 때문에 같이 뛰지 못해서 오늘 대신 뛰기로 했다. 혼자 뛰긴 외로우니 내 룸메이트 한 명과 내 친구 한 명을 데리고 가서 4km를 뛰었다. KTJ는 하우스 이벤트가 엄청 많은데, 하우스 전체가 노래와 춤을 하는 house singing, 하우스 축구, 하우스 농구, 하우스 런/house cross country 등등이 있다. 그중에 하우스 런이 다음 주여서 아주 빡세게 연습을 하고 있다. 저녁은 어니언링, 닭가슴살 커리가 나와서 배부르게 먹고 다시 돌아왔다. 토요일은 특별히 프렙이 없는 날이다. 덕분에 보통 내 방에서 쉬다가 점호를 하고 친구들과 탁구를 하거나 핸드폰을 본다. 

오늘의 하루 끝~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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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숙사의 책상 앞, 21시 34분, 내 첫 일기를 시작한다.

이 일기는 나의 옛날 기억이 될 현재의 이야기를 적을 일기다. 뭐 블로그에 글을 써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써본다.

일단 자기소개를 좀 해보자면, 나는 말레이시아에 사는 한국인으로써 이제 내가 한국인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6년 차다. 그래도 오래 살아서 그런지 애들과 영어로 말도 장 통하고 그리고 옛날에 책을 많이 읽어둬서 한국어도 잘한다. 이번 연도 8월 말에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중 하나인 KTJ(Kolej Tuanku Ja'afar)에 전학을 하고 지금 3달째 Naquiah라는 이름의 주니어 기숙사에 살고 있다. 주니어 기숙사가 시니어 기숙사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애들이 다 동생들이라서 왕이 된 기분이다. 원래 다른 기숙사들은 여자 남자가 다른 빌딩에 나눠져 있는데 우리 기숙사는 여자애들이 한쪽을 쓰고 남자애들이 한쪽을 쓰는 구조로 돼있다.

 

오늘은 목요일이라서 아침에 피자빵과 시리얼이 나왔다. 물론 기숙사 음식이라서 퀄리티가 그다지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이 피자빵은 생각보다 맛있어서 금요일 아침은 항상 배가 고프지 않다. 보통 6시 30분에 일어나지만 요즘에는 왠지 모르게 일어나기가 어렵다. 그래도 어찌저찌 일어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학교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내 친구 2명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학교는 어차피 9시에 시작을 하기 때문에 8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잤다. 첫 번째 수업은 PSHE라고 아주, 아주 재미없는 수업이다, 대충대충 듣고 어차피 과제만 끝내면 문제없으니 별로 집중하진 않았다. 그다음에 과학교실로 가는데, 이 학교는 공부는 잘 못하는데 학교만 드럽게 커서 이동할 때 시간이 좀 걸린다. 과학 수업은 내가 다 아는 걸 배워서 재밌진 않지만 그래도 실험이 많아서 지루하진 않다. 우리 반과 다른 2반은(학년에 5반) 어제 포트딕슨이라는 해변가로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왔는데 다른 반들은 오늘 가서 오늘 반에는 애들이 반으로 줄었다. 덕분에 조용하고 좋았지만 그래도 내가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다. 

 

학교가 끝나고 2시간 동안 과학, 수학, 중국어 과외가 있었다, 수학과 중국어는 문제가 없지만 요즘 과외에서 배우는 물리는 너무 이해하기가 어렵다. 선생님은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하는 타입이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오래 살아서 말레이어를 잘할 줄 아는데, 나는 말레이어는 전혀 모르고 중국어를 훨씬 더 잘한다, 4년 동안 그래도 과외를 하니 한국인들이나 말레이 애들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저녁은 특식이 나왔다, 뭐 특식이래 봤자 그냥 샌드위치와 조금 더 많은 메뉴가 다지만, 그래도 배는 부르니 기분은 좋다. 7시 30분에는 기숙사 점호가 있다, 우리 기숙사에는 room check이라는 게 있는데, 어떤 방이 가장 깨끗한지 체크를 해서 제일 깨끗한 방이 이기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제 3주째 이기고 있는 중이고 오늘 또 이겨서 초콜릿 2개를 보상으로 받았다. 그다음에는 프렙 시간이라고 공부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에는 1시간 동안 프렙실에 앉아서 그냥 숙제나 공부하는 시간이다. 한국으로 치면 야간자율학습이랄까. 나는 보통 그냥 노래나 들으면서 숙제를 끝낸다. 지금은 프렙 시간이 끝났지만 기숙사 휴게실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탁구도 치고, 그냥 핸드폰을 보는 애들도 있고, 여자애들과 로비에서 얘기하는 애들도 있고, 라면을 먹는 애들도 있다, 기숙사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자. 

원래 별거 아닌 보통 하루였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내 학교 생활과 기숙사 생활에 관심을 주면 좋을 것 같다.

2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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